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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1 _ 독고씨의 고독하지 않은 편의점

알유재world 2023. 2. 3.

1. 독고씨가 꾸리는 불편하지만 불편하지 않은 편의점

기차를 타고 가던 중, 엄여사는 자신의 파우치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엄여사가 패닉에 빠진 그 순간, 낯선 번호로 전화가 오게 된다. 그 전화는 엄여사의 잃어버린 파우치를 가지고 있으니 서울역에서 만나자는 내용의 전화였다. 바쁘게 다시 서울역으로 돌아간 엄여사가 마주한 것은, 때가 꼬질꼬질한 노숙자 독고씨였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엄여사와 독고씨는, 엄여사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야간알바를 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덩치는 곰같이 크지만 순둥순둥한 독고씨는 알코올성 치매로 자신의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데다,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어딘가 모지라고 굼뜨다. 이런 독고씨가 까다로운 야간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손님들을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졌던 것도 잠시, 독고씨는 일을 잘 해낼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묘하게 사로잡는다. 그렇게 골목길의 작은 편의점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곳에서 힘들고 지친 이들의 삶을 위로하고 웃음을 주는 특별한 공간이 된다.

 

2. 선한 영향력을 행할 수 있는 내가 되자

오랜만에 아무 생각하지 않고 쉽게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부담스럽지 않게 우리 주위에 정말 있을 법한 사람들의 이야기라 더욱더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가는 책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하나를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캐릭터 하나하나가 모두 공감이 가고, 어떤 부분에서는 나 자신처럼 여겨지기도 해서, 눈물을 훔치면서 보았다. 사실 가장 기억에 남고 고마운 캐릭터는 누가 뭐라고 해도 엄여사이다. 편의점의 뜨거운 경쟁구도에서 밀려 많은 사람들이 오지도 않고, 물건도 많이 없는 불편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 마저도 자신의 이익이나 수익을 챙기기보다는, 이 편의점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직원들을 배려해서 포기하지 않고 편의점을 이끌어 가는 캐릭터이다. 일차로 여기서부터 말이 안 되는 캐릭터인 것은 인정해야 한다. 서울역에서 노숙자로 지내던, 꾀죄죄하다 못해 어눌하고 어딘가 나사가 빠진 것 같은 독고씨를 가까운 곳에 작은 방을 빌려주고, 편의점에 남거나 폐기되는 상품들을 모두 먹어도 좋다고 하고, 야간 알바로 고용한다. 요즘같이 어렵고 무서운 시기에, 일면식도 없던 게다가 노숙자로 지내던 사람들 어떻게 믿고 저렇게 잘해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나라면 저런 호의를 베풀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 독고씨를 고용할 때, '분명 사달이 일어나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웬일인지 이 불편한 편의점은 더욱더 사랑스럽고, 소중한 장소가 되어 가고 있었다. 물론 편의점을 사랑스러운 곳으로 만든 사람은 독고씨였지만, 이 모든 긍정적인 변화의 시작에는 엄여사가 있었다.

그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아르바이트생 시현이다. 요즘은 너도나도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긴긴 시간을 마다하지 않고 공부를 한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공무원 시험에만 합격하면 장밋빛 인생이 펼쳐질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을 품고서 말이다. 처음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독고씨를 위해 아르바이트생 시현은 편의점 실무 교육을 실시한다. 처음에는 어눌하고 어딘가 모자란 것 같은 독고씨가 제대로 일을 배울지 걱정이 컸지만, 친절하고 배려심 깊은 시현의 도움으로 독고는 금방 일에 적응하게 된다. 끝이 없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보니 이 힘든 시기가 언제 끝날지 걱정되고, 혹시라도 결국엔 해내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끝없는 고민이 고민이 꼬리를 물던 때에, 독고씨의 권유로 편의점 교육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게 된다. 시현의 안정감 있는 목소리와 차분한 가르침은 편의점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게 되고, 어떤 편의점 사장에게 2호점의 점장을 맡아 달라는 제의를 받게 된다. 시현의 이야기를 보면서, 많은 공감을 했고, 또 많은 응원도 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에 도전한다. 마치 시야를 차단하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다른 선택지는 없는 듯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이 되어서 편하게 먹고 살 생각을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최근 신입 공무원들의 사직률이 아주 높다는 것을 뉴스에서 본 적이 있다. 장기화된 팬데믹으로 인해 공무원들의 업무강도가 엄청나졌는 데다, 공무원 조직의 수직적인 문화의 문제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시현을 통해서, 인생에 한 길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너무 힘이 되고, 좋았다. 많은 젊은이들이 책상에 앉아서 공무원 시험지만 풀어보기보다는, 좀 더 많은 경험을 통해 진짜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면 좋겠다. 그리고 꼭 그 길이 아니더라도 괜찮으니, 힘이 들 때는 부디 주위를 둘러보며 한 숨 고르고 가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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