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을 읽은 뒤, 잔잔한 여운이 있었기 때문에, 불편한 편의점 2가 발매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안 읽을 수가 없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힘든 이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편지 같은 책이기 때문이다.
1. 독고씨를 잇는 홍금보의 불편하지만 불편하지 않은 편의점
불편한 편의점 첫 번째 이야기에서 기억을 찾은 노숙인 '독고'가 떠난 편의점에, '독고'를 이어 야간알바를 하던 흥신소 출신 '곽 씨' 마저 그만두게 되고, '독고'씨와는 또 다른 의미의 굉장한 캐릭터인 아르바이트 생이 들어오게 됩니다. 자신을 '홍긐보'라고 부르는 이 남자는 어수룩하지만, 사람이 좋고, 아재 개그를 마구 남발하는 캐릭터입니다.
불편한 편의점 속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모두 저마다의 아픔과 고민이 있습니다. 코로나의 여파로 운영하고 있는 고기집의 운영이 힘들어진 자영업 사장님, 자신이 고수해 온 영업 방침이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 되어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보고 싶은 아들과의 트러블로 두 배로 힘이 듭니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잘 되지 않는 취준생, 희망이 없어 보이는 고등학생 등 이런저런 이유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삶에 슬며시 끼어들어 그 옛날 홍콩 영화 속에 '홍금보'가 그랬든, 조그만 희망과 웃음의 씨앗을 던집니다.
그리고 그 씨앗을 받아들인 사람들은 긍정적인 마음으로 씨앗을 키워가고, 그런 과정 속에서 용기를 얻게 되고, 자신의 삶에서도 한 걸음 나아갑니다. 그러던 중 '홍금보'가 청파동의 작은 편의점에 까지 오게 된 진짜 이유가 밝혀집니다. 그의 원래 직업은 극단에서 어린이 연극을 하던 배우였습니다. 불행한 일은 항상 한 번에 온다고, 코로나로 힘들어진 극단 사정에, 어머니의 죽음까지 겹쳐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러던 중 알고 지내던 제작자로부터 새로운 연극의 주인공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 연극은 바로 불편한 편의점 전편에서 연극작가였던 인경이가 '독고'씨를 모델로 한 희곡으로 연출 등단을 하게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홍금보'는 희곡의 대본을 받고, 자신이 연기하게 될 독고의 삶에 흥미를 느껴 이 편의점에 취직을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사람들은 만나게 되고, 그가 연기하게 될 캐릭터에 대해서 더욱 깊게 이해하게 됩니다.
한편 편의점 경영을 아들에게 맡기게 된 염여사는 아들과 오여사에게 편의점을 맡겨둔 채로 멀리 지방에 있는 언니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사업에 실패하고 집에서 술만 마시고 있는 아들과 함께 지내는 게 불편하기도 하고, 자꾸 어긋나기만 하는 아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길을 잃은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새로 들어온 '홍금보'와의 시간을 통해서 어머니와의 관계와, 자신의 인생에 대한 큰 고찰을 얻게 되고, 멀리 지방에 계신 어머니를 모시러 가게 되면서, 이 부녀는 길었던 갈등을 끝냅니다. 사이가 좋아진 부녀는 나란히 인경의 연극에 초대받은 염여사는, 연극을 관람하던 중, 편의점을 그만두고 떠난 지 1년 반이 지난 '독고' 씨와 감동의 재회를 하게 됩니다.
그 후, 1편에서 독고씨의 권유로 편의점 아르바이트 생들에게 필요한 팁들을 가르쳐주는 유튜브를 운영하다 큰 편의점으로 스카우트 되어 떠났던 시현이, 코로나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실업자가 됩니다. 시현은 오랜만에 자신의 첫사랑의 동네이기도 한 청파동에 위치한 올웨이즈 편의점에 인사차 들렸다가, 그곳에서 다시 그 첫사랑을 마주치게 되고, 이번에는 그와 진짜 연인이 되면서 모두가 행복을 꿈꾸는 엔딩으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2. 컨텐츠 속에서 만나는 팬데믹
이 책은 1편을 읽지 않으면 조금 이해가 힘든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1편을 읽고 보지 않더라도, 이 책이 선사하는 진리에 대해서는 변하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구지 1편과 연결된 상황들을 알지 않아도, 작자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뚜렷하게 전달이 되니까요. 1편에 이어서 2편에서도 사람과의 관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고깃집 경영에 관해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는 아들과 아빠, 형사출신 곽 씨와 그의 딸의 오래 묵은 관계 회복에 대한 이야기, 가정 불화로 집에서 탈출하는 민규, 편의점 사장님과 아들 민식의 갈등,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흥미로웠던 부분은, 코로나 팬데믹을 3년 째 격고 있는 지금도, 우리가 소비하는 미디어 속에서는 코로나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무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 않고, 아무도 코로나에 걸릴까 봐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미디어 속의 세상이었습니다. 하지만 불행한 편의점 2에는, 우리가 살아 내고 있는 시대가 그대로 들어가 있는 느낌이 듭니다. 우리가 겪고 느낀 고통들이 이 이야기 속에도 녹아 있기 때문에, 더욱더 공감이 갈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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