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멀티버스 속에 나를 하나로 모아, 지구를 구하는 평범한 이민 여성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에블린은 홍콩에서 이민온 이민 1세대로 미국에서 코인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동안 세금당국의 조사에 시달리는 도중, 매사에 도움이 안 되는 남편의 이혼 요구와, 하나부터 열까지 맘대로 되는 게 없는 레즈비언 딸 조이와의 갈등으로 인해 폭발 진전에 이른다. 그러던 도중 자신이 멀티버스에서 왔다고 말하는 알파 레이먼드 (남편)의 지시에 따라 조부 투파키(딸)라는 악당에 맞서 지구를 구해야 한다는 지령까지 받게 된다.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판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대환장 멀티버스 이야기이다.
최근 봤던 영화 중 가장 맥시멈한 영화 중 하나로 손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주 단순 명쾌하다.
멀티버스란!
주인공 에블린은 인생에서 수 많은 선택을 거쳐서 지금의 에블린이 되었다. 그 무수히 많은 선택이 모두 또 다른 하나의 우주를 만들어 내고, 평행한 세계에 또 다른 내가 존재한다는 설정이다. 영화의 설정을 보면서 지난날에 내가 내렸던 결정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만약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졌다. 영화 속에서는 조금 더 광범위한 설정을 해두었는데, 내가 살아오면서 선택한 것이 아닌, 먼 선조가 다른 선택으로 인해 인류의 종이 바뀌거나, 다양한 세계가 존재할 경우에 대한 평행 세계들이 나오는데, 이런 재미있는 설정들이 영화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다. 예를 들면, 사람들의 손이 핫도그라는 설정 같은 우스꽝스러운 설정말이다. 이렇게 영화 속에서는 다양한 코미디 요소들이 자리해 있다.
립밤을 씹어 먹기!
일단 내가 살고 있는 멀티버스에서 다른 멀티버스로의 점프를 하려면, 점프 패드를 만들어 내야 한다. 점프 패드를 만드는 방법은, 눈에 띄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갑자기 립밤 먹기, 종이로 네 손가락이 모두 베이기, 엉덩이를 복사기에 복사하기 같은 예상하지 못한 웃긴 행동을 해야만 한다. 이런 점프 패드를 보는 것도 다양한 재미를 선사한다.
어디에나 있는 악당, 조부 투파키
투파키는 알파 유니버스, 즉 가장 뛰어난 유니버스 속에서 에블린의 딸이다. 알파 유니버스에서 엄청나게 뛰어난 과학자였던 에블린은 멀티버스 세계를 발견하게 되고, 이 멀티버스 세계를 뛰어넘는 방법을 발견하고, 멀티버스를 통해 다양한 능력을 흡수하고 발전하는 것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인재들을 발굴하게 되고, 에블린의 딸 조이 또한 이 실험에 참가하게 된다. 실험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였던 조이를,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과정에서, 조이는 조부 투파키라는 빌런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조부 투파키가 세상을 파괴하려고 한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이를 막기 위해 에블린을 찾아와서 세상을 구해주기를 부탁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조부 투파키가 즉 자신의 딸 조이라는 것을 알게 된 에블린은 조부 투파키를 처치할 수 없게 된다.
후회가 만든 무한의 우주, 무한의 능력
주부 투파키를 즉 자신의 딸을 구하기 위해서 에블린은 자신도 조이처럼 자신의 세계를 여러가지로 조각내게 된다. 인생에 무수한 후회를 남기면서 살아온 에블린이기에, 더욱더 무궁무진한 세계에서 다양한 능력을 빌려 올 수 있게 되었다. 이게 바로 이 세계의 에블린이 특별한 이유다. 실패는 성공을 위한 토양이라는 인생의 진리를, 이 영화는 이렇게 전하고 있다. 우리는 더러 성공한 사람들의 빛나는 모습만을 보고 성공 뒤에 수많은 실패는 생각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실패하고 좌절하였을 때,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찾아오는 것 같아 힘들어한다. 하지만 그러한 수많은 실패와 좌절의 순간이 있었기에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알파 웨이먼드 보다, 이 세계의 웨이먼드가 더 좋다.
알파 웨이먼드는 뛰어난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고, 똑똑하기까지 하다. 이 세계의 에블린을 찾아와 정확하게 지시를 내리기도 하고, 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에블린이 필요한 이유를 간단명료하게 설명해 낸다. 에블린은 이런 알파웨이먼드를 보면서 자신의 남편 웨이먼드와 비교하게 된다. silly husband라면서 자신의 남편에 대해 이야기 하는 에블린, 웨이먼드의 모든 행동들이 사사건건 맘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에 웨이먼드가 사람들의 싸움을 말리면서 평화롭게 지내면 안 되겠냐고 호소한다. 그랬다, 이것은 그만의 방식이었던 것이다. 이에 에블린 역시 큰 깨달음을 얻고, 폭력을 써서 싸우는 대신, 모두에게 평화와 웃음을 선사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화가 많은 사람들을 싫어한다. 모든 사람이 같다. 불쾌하거나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모두가 똑같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상대방에게 윽박을 지르거나 짜증을 내지 않는다. 그래서 웨이먼드의 삶의 방식이 더욱 더 와닿았다. 부드럽게 평화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정답은 가족.
이렇게 복잡한 것 같은 영화이지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주 간단 명료하다. 가족이다. 크게 봤을 때, 조부 투파키와 에블린의 싸움을 통해 두 모녀의 갈등과 화해를 보여주고, 웨이먼드와의 이혼 소동을 통해서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는 모든 가족이 모여서 세금 계산서를 정리하고 세무서에 함께 가서 일을 잘 정리하는 모습으로 끝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의 지나 온 인생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나를 낳아주고 키워준 어머님의 삶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아무리 가족이라도, 모두가 다 다른 모습과 성격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자주 이런 사실을 망각하고, 왜 나의 가족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고민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민하고 좌절하기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진정으로 포용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진정한 가족이 되는 과정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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